엥겔지수 200으로 살기;


어느 새, 자취 공력도 5년 숙성이다;; 남들처럼, 음식 만들고 그때그때 포스팅하면 간결하고 보기 좋지만, 그러면 내 글이 아니지. 그래서, 나답게 죽을 만큼 길게 그동안 만들어본 음식을 주욱 늘어놓아 볼까 했는데, 가장 큰 동기는, 어느 날 깨달은 카레의 지겨움이었다. 자취생의 좋은 친구인 카레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지난 4년간 먹은 양이 그 이전에 평생 먹어온 양보다 많았을 듯. 그래서, 대체 내가 할 수 있는 음식이 카레(와 고기와 라면)밖에 없는 건가,  라는 회의에 빠져, 과거의 음식사진을 주욱 훑어 보았다. 근데, 생각보다 여러가지가 나오더라. 대충 비슷비슷하긴 하지만, 자취 인생에 획을 그을 만한 몇가지 이상한 짓을 하긴 했었다;;;;

오늘도 읽다 지칠 만큼 기니까 가린다.



지치고 배고프다 제길 OTL
날씨가 미쳐서, 바깥에서 쌀쌀한 바람이 불어들어오니 이번에야말로 육개장을 끓여야겠다;;; 추위가 다 가버리기 전에;;; (근데, 진짜 이 계절, 벚꽃도 한 차례 다 폈다가 진, 이 계절에, 다시 0도라니-_-;;; 눈 예보라니 진짜 미친건가.)




2009/04/07 02:31 2009/04/07 02:31
by owl

지난 여행은.


부지런한 동행인이자 동거인은 이미 사진과 함께 간결체의 여행기를 연재하고 있으니,
나도 이제 슬슬 시작해볼까 한다.
그 첫째날의 여행기를 읽고 나서 받은 영감으로, 이번 여행을 표현하는 시를 쓸 수 있다.

5인의아해(兒孩)가여행을시작하오.

제1의아해가졸리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졸리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졸리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졸리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졸리다고그리오.
5인의아해는졸리운아해와자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오.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

그중에1인의아해가깨어나배고파진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깨어나배고파포악해진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배고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이제배불러하는아해라도좋소.
(음식은아무거라도적당하오.)

5인의아해가여행을하지아니하고먹고자기만하여도좋소.

어찌되었든, 자다가 배고파서 깨면 밥을달라모드로 폭도로 변신했다가 메뚜기떼로 변신해서 눈 앞에 있는 음식을 전광석화처럼 먹어치우고, 미친듯이 배불러서 소화하시느라 바쁜 위장님을 위해 다시 졸려지고, 하는 일과를 반복하는 것이 일단 여행의 메인 스토리. 가기 전에 결정되어 있던 것도, 숙소와 가져가야 할 먹거리밖에 없었고, 전날 밤 다음날 뭐해야 할지 가이드북을 펴면, 보고 있는 것은 음식부분 뿐. zagat(미국의 미쉐린 가이드라고 해야하나. 어쨌든, 음식점에 대한 리뷰가 가득 있는 책)을 가져가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관광보다는 음식에 초점을 집중했던 여행이었다. (그리고 안 먹고 있을 때, 특히 차에 타면 모두 함께 시체)

여행기를 차근차근 쓸 지 결국 안쓰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잔뜩 생겨버린 음식사진을 방출해야만 좀더 빠른 포스팅을 할 수 있을 거 같은 기분이 든다. 게다가 이렇게 몰아서 하지 않으면, 모든 여행기가 음식 이야기로 점철될지도.

아, 일단 이야기해두자면, 여행은 바닷가를 겨냥했던 플로리다 데스틴과 일반 관광을 겨냥했던 뉴올리언즈, 두 곳을 거쳐 집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데스틴에 있던 동안에는 주방이 있는 곳에 묵었고, 집 앞에 그릴도 있고 해서 집에서 해먹었고, 뉴올리언즈에서는 사먹기 바빴다.

그리하여, 음식사진 대방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좌측상단부터 간단하게(?) 코멘트 하자면,
1, 2. 어디선가 이 동네에서 새우 사먹으면 맛난다는 말을 듣고 잔뜩 사다가 숯불에 구웠다. 일반적으로 바닷가에서 사먹는 새우라면 어시장에라도 가서 사와야 할 것 같지만, 결국 우리가 간 곳은 평소 늘 가던 식료품 체인이었다. 어쨌든, 새우는 우리가 살고있는 도시보다 쌌고, 숯을 너무 아껴서 엄청 굽는데 오래 걸리긴 했지만, 정말 맛있었다. 초밥왕에서 종종 표현하는 새우의 단맛을 만나게 된 음식.

3. 다음날 해변에 싸갖고 갈 음식이라면 역시 김밥이지! 라는 의견으로, 어찌어찌하다보니 여행지에서도 싸고 있었던 김밥. 나름 열악한 조건에서도 3명이나 되는 인력이 동원되니 제법 신속하게, 그리고 맛있게 ;_; (또 먹고싶다) 완성되었다. 여기보이는 건 빙산의 일각.
(그나저나 해변에서 먹겠다던 원대한 계획은 무산되고, 역시나 느지막히 일어난 다음날의 아침겸 점심으로 희생)

4. 이번엔 남은 숯을 모두 이용해 활활 타오르는 불을 이용하여 성공적으로 스테이크를 구웠다. 원래 있던 고기가 많을 것 같다며 굳이 환불하고, 적은 양의 고기를 구웠지만, 고기가 없어지는 속도는, 환불한 고기를 회상하게 했다-_-;;

5. Crawfish Etouffee
이제 New orleans로 넘어왔다. 요리의 이름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crawfish는 중하 사이즈의 가재모양 생물. 이 동네에서 많이 잡히는 듯 하고, 원래 유명한 음식 중 하나는 Crawfish pie인 듯 한데 한번도 못 봤고, 이 녀석은 이래저래 고민하다가 시켰는데 맛났다.

6. Seafood Gumbo
해산물 들어간 스튜와 스프의 중간쯤 되어 보이는 음식에 밥을 말아주고, 빵을 얹어준다. 역시 동네 토산품;;

7. Jambalaya
이것 역시도 이동네 음식. 파파이스에서 사이드로 주는 밥이 대략 이 녀석의 숨겨둔 자식쯤 되지 않을까 싶다. 소세지, 해산물과 함께 밥을 볶아서 만드는 음식.

8. 어찌되었든, 익히지 않은 단백질님은 무조건 옳다는 거지. 역시 생굴님.
그나저나, 이런 류의 굴들은 보통 더즌(다스) 단위로 시키게 되는데, 이 나라사람들이 전채 요리로 먹는 건지 메인으로 먹는 건지는 전혀 모르겠다. (메인으로 먹기엔 고작 12개의 굴은 너무 작아-_-). 이걸 먹은 다음, 구운 석화굴도 먹었는데, 너무 정신없이 먹어서 사진이 없다;;;
진짜 맛있었는데 OTL

9. Beignet
Cafe Du Monde라는 아마도 이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단일가게가 아닐까 싶은 가게의 시그너쳐음식이다.
파는 음식은 딱 이거 하나, 음료로는 커피와 탄산음료등을 판매. 주문 받을 때는, 도넛 몇개 라떼 몇개 줄까라고 묻는다-_-;; 무려 도너츠집 주제에 24시간 영업에, 늘 성업중.
어쨌든, 이곳을 와보지 않고는 이 도시에 와본 것이 아니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 (우리 가이드북에) 어깨너머로 남들의 음식을 봤을 때 생각했던 건, 미국 유원지에서 파는 fennel cake과 비슷하겠다는 것이었고, 먹고 나서의 감상은, 찹쌀 도넛맛! 약간 찰기가 있는 튀긴 달착한 밀가루에 밀가루보다 고운 입자의 설탕을 먹고 죽으라는 양 만큼 뿌려준다.
왜 이렇게까지 유명해야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제 뉴올리언즈는 와본 것.

10. 이제 저녁이라. 전반적으로 양념이 강하고 국물이 있는 음식이었던 지라 찍어먹으라고 준 듯 한 무식한 바게트, 는 당연스레 게눈보다 빠르게 사라졌다.

11. Chicken Espagnole
이 이름 역시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닭 반마리에 약하지 않은 양념이 되어서 익혀 나온 음식. 이름의 어감은 스페인 같은 느낌인데, 어느 나라에서부터 온 건지, 원래 있는 음식인지 이 음식점에서만 나오는 건지 전혀 알 길 없지만, 닭고기가 매우 부드러워서 맛났다.

12. 다른 집에서 먹은 Gumbo.
이 음식점이 Gumbo shop이었기에 닭 검보와 해산물 검보를 시켰는데, 해산물 검보엔 오크라가 들어있었던 듯. 살짝 특이한 맛이었다.

13. 잠깐 쉬어가는 의미에서 시체사진.

14. Creole platter
저 위의 두 단어가 들어가긴 하지만, 저기에 써있지 않은 단어들도 들어가는데, 메뉴판을 제대로 보질 않아서 음식 이름을 잘 모르겠다. 크레올은 케이준보다는 약간 약한 양념으로, 아무튼 이 동네 음식의 기조를 설명하는 단어인 듯 하고, platter라는 이름으로 엄청나게 여러가지 음식을 줄 듯 현혹했지만, 실상은 h양이 시키고 싶어했지만 콩 싫어하는 두 언니님들의 반대로 못 시켜왔던 red bean& rice반쪽과 shrimp etouffee 반쪽 정도가 나온 음식인 듯.

15. 20. Shrimp Remoulade
이 이름은 제법 맞으리라고 추정되는 것이, 우리로서는 무슨 음식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지만 심지어 음식점의 이름으로도 쓰일 만큼 널리 먹히고 있었기 때문. 무려 두번이나 시켜먹었으나,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두 가지의 공통점이라고는 풀이 많이 나온다는 걸 제외하곤 찾기 힘들었다. 그리하여 난 검색한다. 원래 Remoulade라는 건 생선까스를 먹을 때 나오는 타르타르 소스와 비슷한 녀석을 말하는 것으로, 소스 비슷한 것인데, 루이지애나에선 유독, 일반적으로 새우와 함께 쓰여져서 풀떼기와 함께 먹히는 녀석을 말하는 거라 한다. 아마도 20번에 나온 것은 훨씬 원래의 목적에 부합했을 법한 음식이고, 15번이 변질된 뉴올리언즈 버전일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15번에 한 표. (아마도 뉴올리언즈 음식 전반에 깔려있는 매운 맛 덕분일 듯)

16. 이건, 10~14의 음식을 너무 깨끗하게 먹어치우고 난 모습. 식사를 마칠 무렵 우리 자리로 와서 식사는 다 괜찮았냐고 예의상 묻는 서버에게, 자, 이걸 봐봐, 라는 한 마디에 그저 웃고만 가버렸다. 빵 한 덩어리만 더 있었다면 우리 접시는 설겆이 할 필요도 없었을 듯-_-;

17. St. Patrick Jello shot
이 동네에서, 나에게(만) 좋은 점 중 하나는 마치 서울 종로거리에서 떡볶이를 팔 듯 다닥다닥 붙어서 길거리에서 팔고 있는 술인데, 이런저런 온더락 스타일의 칵테일이나, 슬러쉬 스타일의 칵테일, 생맥주 등등, 없는 거 없이 다 판다. 그 중 하나가 이 젤로 샷. 젤로는 피자헛 샐러드바에 가면 있는 젤리를 만드는 상표 중 하나인데, 미국에선 클리넥스가 티슈를 대신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렬하게 젤로라는 말이 젤리를 말해주는 단어인 듯 하다. 이게 원래 따뜻한 물에 젤로 가루를 타고 한 두시간 냉장고에 넣어두면 젤리가 되는 물건인데, 가루만 먹어보면, 정말이지 강렬한 맛이다. 덕분에, 취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은 보드카에 이걸 섞어서 칵테일같지도 않은 칵테일을 만들곤 하는데, 대부분의 술자리에선, (마음이 급하므로) 그냥 액체상태로 마시기도 하는 반면, 나름 장사하시는 이 분들은 실제 젤로상태까지 굳혀서, 나름 패트릭성인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녹색으로 만들어서 팔아주셨다. 5년 이상만에 처음 먹어본 거였는데,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맛있는 맛이었다. (이미 취해있었기 때문인지도-_-)

18, 19. 다음날, 숙취를 끌어안고 점심을 먹기 위해 간 곳은 central grocery. 프렌치 쿼터 안에서 이태리 음식을 파는 가게인데, mufuletta 샌드위치로 유명한 곳.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 샌드위치 자체를 만든 곳이란다. 말하자면 원조 무풀레타 샌드위치 가게. 무풀레타란 원래는 이태리의 빵 중 하나인데, 저 가게에서 1906년에 만든 이후로, 심지어 여러 체인점에서도 메뉴로 차용하고 있는 샌드위치. 그래도 가게 이름이 그로서리니까, 식료품, 특히 병조림이나 통조림 등의 보존 식품을 갖추고 있었는데, 살 수 있는 물건이라기보단 데코 용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묘하게 세월이 느껴졌다. 아무튼, 들고있는 손가락의 크기와 비교해보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상당한 크기의 샌드위치였다. 주인장은 엄청 불친절했지만, 올리브를 제법 좋아하는 나에겐 맛있고 특이한 샌드위치. (남들이 1/4조각밖에 안 먹을 때 반쪽을 다 먹어치웠으니;; ) 따뜻한 샌드위치쪽을 훨씬 선호하는 나였지만, 이 차갑기 그지 없는 샌드위치는 맛있었다.

21. Rockefeller Oyster & Bienville Oyster
마지막 날, 매우 야심차게 나섰지만, 결국은 우왕좌왕하다가 들어간 가게에서, 굴이란 굴은 다 먹어보자고 생각한 후에 메뉴에서 발견한 이 녀석들에겐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한 번 물어보는데에 실패했고, 서버도 그닥 친절하지 않아서, 일단 둘 다 나올테니, 반반으로 시키고 보자는 결론을 내리고 시켰다. 사진처럼 반반 섞여 나온 음식을 보고 놀랍게도, 5명 모두 까무잡잡한 녀석이 rockefeller라는 데에 동의했고, 찾아본 결과, 그게 맞다. (그러니까, 처음에 간단하게 사진에 대해서 코멘트 하겠다고 하고는 음식 이름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온갖 음식들의 기원과 레시피까지 찾아보고 있는 나였다-_-). 생굴은, 석화굴이 아니라 자잘한 굴이라도 일반인이라면 먹고 죽을 만큼 먹고도 더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를만큼 좋아하지만, 왠지 굴전에서 나는 그 특유의 굴 냄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익힌 굴에 대해 편견이 있었는데, 첫날 먹은 구운 굴과 이 두 개의 굴 요리에서, 난 익힌 굴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럴 필요 없엇!)

22. Gulf Shrimp
뉴올리언즈에서 사먹었던 음식 중 가장 실망스러운 녀석. 일단 새우가 너무 작아;; 맛은 있었지만.

23. Fried Alligator
내가 이걸 먹고 싶다 했을 때 동행인들은 모두 구박했다. 세상의 모든 고기를 다 먹어봐야 하는 건 아니라고.
그러나. 시키고 나니까, 다들 아무 거리낌없이 너무 잘 먹잖아-_-;;;
구운 것과 튀긴 것, 두가지 중 고를 수 있었는데, 왠지 모양이 남아있는 악어고기가 날 바라보고 있으면 먹기 부담스러울 듯 해서, 튀긴 것으로 먹기로 했다. 생각보다 평범했다. 닭고기가 엄청 쫄깃해지면 이런 맛이려나. 이렇게 무난한 맛일 줄 알았으면, 언젠가 봤던 악어고기 통조림도 하나 사볼 걸 그랬나, 하고 후회중.

24. Chargrilled Oyster
첫날에 엄청 맛있었던 기억에, 가장 기대했던 녀석 중 하나인데, 이 음식은 단연 첫날의 음식이 훨씬 맛있었다. 양은 이쪽이 많았긴 했는데, 이건 그냥 구운 굴이라는 느낌인 반면, 첫날의 음식은 요리의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해서 맛없이 먹은 건 당연히 아니다;;

25. Fried seafood Platter
마지막날, 떠나기 직전의 식사. 메기(catfish), 굴, 새우, 한치(calamari), 감자튀김이 접시 한가득. 저기에 찍힌 건 한참 먹고 난 후이니, 뭐 어마어마한 양이었고, 맛있었다. 특히 메기. 굴, 새우튀김은 미국 와서 그닥 먹은 기억이 없어서 말 못하겠지만, 메기 튀김은 다른 곳에서도 먹어봤지만, 여기서 먹은 녀석이 단연 최고. 한치는 그냥 그랬다. 감자튀김도 맛있긴 했지만, 그건 열외로 두자.

이미 전혀 간단하지 않으니까 음식에 대해 몇가지 더 이야기 해보자.
혹시나 가끔 검색엔진에 낚여서 오는 사람들이 있을 지도 모르니, 저 음식들을 먹는 가게 이름도 이야기해주고.
(검색 엔진은 많은 사람들을, 특히 미국 지명을 한글로 써서 검색하는 많은 사람들을 낚아서 오는데, 과연 이 터무티없이 긴 글들을 보고 자신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 지는 의심스럽다.)

데스틴에서 먹은 음식들은, 아마도 음식 자체보다는, 불을 피워서, 배고프도록 기다린데다가, 놀러와서 먹는다는 심리적 요인이 음식 맛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으리라고 보지만, 어쨌든, 동네 publix에서 산 새우는 각별한 맛이었다. 일반적으로, 새우는 익기 전에 검정색, 익고나면 붉은 색이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에는 익히지 않아도 붉은 새우가 있었는데, 이게 진짜 단맛의 새우를 만나게 해준 녀석이다. 그러나, 소금구이를 해먹고 싶다면, 주변의 한국 마트에서 초굵은소금을 사서 가시길. 데스틴에서 사긴 힘들듯 하니.

뉴올리언즈 쪽은, 사실 이 동네에 대해서, 이 동네 음식에 대해서 아는 것이 쥐뿔 없기는, 모든 동행인들과 거의 마찬가지. 다만 내 머리 속의 지식의 전부는 어이없게도 언제인지 기억조차 안나는 언젠가, 영어 학원에서 듣기 공부를 하는데, 그 지문 중 하나의 등장인물이, Jambalaya, crawfish pie and a fillet gumbo~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시작하는 예문이 하나 있었다. 들을 때도 뭔 말인지 전혀 몰랐지만, 글로 보고 나도 아는 말이라곤 파이 밖에 없는 이 예문이 왠지 머리에 남았던 모양으로, 뉴올리언즈 음식하면 잠발라야, 크로피쉬, 검보가 떠오른다.
거기다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월드와이드 패스트푸드 파파이스 덕분에 생각나는 케이준.이라는 단어.

 뭐, 여전히 잘 모르지만 대충 아는 대로 끄적이자면, 뉴올리언즈 음식은 케이준이나 크레올이라고 할 수 있는 듯. 대충, 양념이 강한 맛들인 듯 한데, 특히 cayenne pepper라는, 우리나라로 치면 고추가루이지만 훨씬 더 고운 입자의 양념가루가 기조로 쓰이는 음식들인듯. 게다가 대부분의 음식엔 저 매콤한 맛이 깃들여져있는 데다가 국물이 자작하게 끓여지고, 밥까지 딸려 나온다. 덕분에, 3박4일동안 외국음식만 먹으면서도 크게 한국음식을 그리워 하는 이가 없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양식만 먹어도 덜 물릴 수 있는 음식인 듯 하다.
 우리가 갔던 뉴올리언즈에서 갔던 음식점들은 ACME, Cafe du monde, Gumbo Shop, Central Grocery, Felix, 헉 마지막 날 먹은 음식점 이름이 생각 안 난다. cafe maspero이던가.
 제일 맛있는 구운 굴을 원한다면 첫번째 음식점, 그 이외의 요리들은 세번째 음식점. 올리브에 거부반응이 없다면, 센트럴 그로서리 한 번쯤 가봐주는 센스. 미국 음식점다운 양과, 그런 종류의 음식을 먹고 싶다면 cafe maspero. 생굴과 락펠러, 비엔빌 굴이 먹고 싶다면 펠릭스에.

 가장 유명한 까페는, 초콜렛 이외의 단 음식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평가하기엔 불공평한 느낌이 없으니, 동행인들의 반응을 전하자면 한명은 매우 싫어하며 불평했고, 한 명은 큰 의견이 없었고, 한 명은 먹을 당시에도 제법 좋아하는 듯 했고, 한 명은 먹을 당시엔 이게 뭐야, 하는 거 같았지만, 이 도시를 떠날 때 쯤엔, 왠지 생각난다는 단계에 이르렀다. 내 의견으로 정리하자면, 이건 음식 맛도 (개인에 따라서는) 맛이겠지만, 관광지다. 가기 전에 까페라는 말, 그것도 노천까페라는 단어가 주는 인상을 기대한다면, 터무니없이 실망할 거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강변에 있는 노천까페라면, 햇살이 따스하게 비추는 가운데 여유롭게 즐기는 커피 한 잔, 이런 이미지이니깐. 그러나, 저 까페에 당도하면, 딱 수산시장에서 어수선한 가운데 간신히 식탁 하나를 잡아서, 더러우면 내가 알아서 치우고, 힘들게 나에게 물 한잔 가져다 줄 사람을 찾아야 하는, 그런 느낌이다. 그래도, 단 것 별로 안 좋아하는 내가 불평없이 한 개 먹어치울 정도의 맛은 충분히 되는 데다가, 24시간 개장인데, 늘 사람이 많은 이 곳, 각자 가서 각자의 평을 해볼만한 가치는 있을 거 같다.


이제 음식 이야긴 좀 그만하고,
5명의 여자들이 한 차에, 그리고 한 방에 복작복작 모여서 각자의 개성과 즐거움을 드러내며 보낸 시간이었다.
무섭게도, 나 이외의 여자 4은 모두 B형이라는 무시무시한 상황. (나는 뭘까요;;; )
주변에, 그것도 제법 가까운 주변에 묘하게 비형여자들을 많이 보아 온 나는 언젠가, 내 혈액형 대신, 비형의 성격관찰 보고서를 쓸 수도 있을 거 같다. 이번 여행에서도, 확실히, 아주 비슷하면서도 매우 다른 각 샘플들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각각의 특성에 대해서는, 한 4년쯤 지나면 술자리에서 풀어놓아볼까나;

지금까지의 여행들도 크게 계획적이진 않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계획 없이 한량처럼 떠나서, 한량처럼 놀고 먹다 돌아온, 즐거운 여행이었다. 그 와중에서도 나는 스스로의 체력이 특히 놀 땐 남다르다는 것을 확인했고, 친구들과 놀러가서 어머니께 전화 올리면, 항상 나의 안부보다 나의 친구들의 체력이 무사한지를 물으시는 어머니의 의중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게 되었기에, 다들 지쳐버렸을지도 모르겠지만, 난, 적지않게 남은 이 대학원 생활에서, 가끔 이렇게 우루루 몰려다니며 즐거울 수 있는 일이, 앞으로도 종종 이어진다면 좋겠다.

(사실 매우 부지런하게 며칠 전에 거의 다 작성해두었는데, 역시 할 일의 쓰나미가 당장 내일로 닥친 나는 컴터 앞에 앉아서 이러고 있는거다. 방학의 후유증이 이번따라 심각하다. 수업도 하기 싫고, 수업 듣기도 싫고, 숙제도 하기 싫고, 교수 미팅 하기는 제일 싫다. 하아.....)

언젠가 심심해지면, 남은 여행기를;; (음, 다음 여행 가기 전에 할 수 있으려나-_-)
2008/03/26 23:42 2008/03/26 23:42
by owl

생활에 적응하기(라고 쓰고 찌들기라고 읽다)

아아, 안 그래도 오늘 신문에서 인터넷의 글 문체가 지나치게 일제가 되고 있다고 써있던데
제목부터 저모냥
묘하게 일본 어투는 닮기 쉬운 것 같다는.. (-> 이것도 일본어투라는데,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뭐, 아무튼,
생활에 적응해가고 있다고 스스로 느낀 두가지 포인트.

첫번째. 이게 점점 병적인 수준에 다다르고 있는데, 지름신이 음식장에 내리고 있다는 괴이한 증상.
무려 Jack Johnson이 아틀란타에 출몰한다는 것도 표 안사고 버티고 있는데
거기서 못 지른 걸로 음식장을 보는듯한 느낌이;;
게다가 미국에서 매운걸 덜 먹는 것이 한이 된 건지, 빨간 양념만 보면
애가 완전 정신을 못차리고 장바구니에 넣고 있다-_-
집에 빨간색 소스만 봐도 고춧가루, 고추장은 당연 기본, 고춧기름, 타바스코,
살사, 칠리, 태국칠리소스, 빨갛진 않지만, 와사비와 겨자까지.
못매워서 죽은 귀신이 붙었나;;
정신상태가 의심스러워요.

게다가 신라면, 너구리랑 몇몇 스파게티 소스가 들어있으니,
찬장을 열면 온통 새빨갛다; 으하핫.

두번째 증거는.
빨래를 잘갠다!
원래의 나의 빨래개기 스킬은 과연 대단해서, 내가 봐도 내가 개면
구겨지지 말라는 건지, 더 구기려는 건지 알수가 없었다.
그게, 그렇고 싶지 않아도, 시간도 남들보다 더 걸려도 꼭 어딘가가 구겨져 있었는데,
요즘 들어 갑자기 빨래가 빳빳하게 접힌다;;


암턴, 항상 신변잡기만을 쓰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쓸데없이 너무 많은
카테고리가 있다고 보고, 다른 카테고리에 무슨 글을 썼던가 하고 보다가
음식 카테고리에 황량하게 달랑 하나 있는 글을 보았다.
지난 학기 시작할 때의 배고픈 내가 그곳에=_=
아아, 진짜 처량했던 시절이었다=_=
덕분에 이번에 신입생으로 들어온 후배님을 보고 젤 걱정되었던 것이
송강호도 아니고, 밥은 먹고 다니냐;;;였으니, 뭐=_=

그러나, 이제 나의 찬장은, 음식은 몰라도 양념장만은 완전 포화상태.
훗.
그리고, 그런 멀쩡한 음식들로 괴이한 음식을 만들어 내는 내가 있습니다;

내가 가장 맛있게 먹을 자신이 있는 음식은 역시;;;

오븐에 넣어서 잠시 앉아 계시는 것만으로 오케이


너무 좋아 ;ㅁ; 이것이 오천원도 되지 않는다고!

그리고는 아아, 이것 저것 샀으니, 이것저것 다 넣어서 음식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에 만든 음식.
말도 안되는 야끼소바 + 팟타이 + 신맛.의 음식이었는데, 나로선 꽤나 만족스러웠지만;;
아무에게도 내놓을 수 없어 orz
라면서도 다음번엔 땅콩을 조금 넣고 태국칠리소스를 넣으면 완벽해!를 외쳐본다.

그리고 여기서 닭과 야채를 삶은 국물은 나중에 해장용으로;; 고춧가루와 마늘을 넣고 끓여
국수를 말아 먹었는데, 사진으로 남길 수 없는 형상이었으므로 패스.
맛은, 매웠고 시원했으니깐-_- 나에겐 좋아요;;

그리고 싸고 싱싱한(듯한) 닭고기가 있길래, 따라하기 가장 쉬운 괴식 메이커, 나오키님-_-의
홈피에서 본 닭고기 사시미로 바로 돌입.
만들기가 편해서 너무 좋아욧!
정말 회충약이라도 먹어야 하려나=_=


그리고, 여기저기의 추천을 보고 한번 사본 와인.(우선은 싸서)
건강하게 샐러리를 반찬..이 아니라 안주로.
음, 잘은 모르겠지만 괜찮은 맛인것 같긴 한데, 제이콥쪽이 더 나은 듯도 하고
다음엔 다른 것을 시도해보아야지.

그나저나, 생각보다 요리 잘하네(미쳤다아주)

그러나, 역시 한국에서 먹은 럭셔리한 음식을 보면서,
자신이 찍어둔 사진에 스스로 테러당하며=_= 잠이나 자야지요.

토마토 먹는 증거사진이다.후후훗. 구웠지만;

2005/08/29 01:45 2005/08/29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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